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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 國花로 현상 너머 본질 그려냈죠”
이주민 연작 이어 5년 작업 ‘꽃들의 전쟁’ 연작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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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는 지구촌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1997년 신세계미술제 대상과 그해 광주비엔날레 최연소 한국작가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설치미술가 손봉채가 2009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 전시 이후 1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오는 6월6일까지 동구 대인동 김냇과 갤러리에서 열리는 손봉채 작가의 22번째 개인전 ‘현상과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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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현대인의 자화상 ‘이주민’ 연작에 이어 세계정세를 각 나라의 국화로 형상화한 ‘꽃들의 전쟁’ 연작을 새롭게 선보인다.
“꽃에 어떤 이야기를 넣을 것인지가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꽃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죠. 5년 전 파리 드골 공항엘 갔는데 각 나라의 국기들이 일렬로 펼쳐져 있더라고요. 여기에 영감을 얻어 국화(國花)로 현상 너머의 본질을 이야기해보고자 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꽃의 실물을 액자에 넣은 듯 보이지만, 이는 작가가 하나하나 손수 그려낸 그림이다. 그가 사용하는 기법은 일명 ‘입체 회화’다.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투명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몇 겹을 쌓는다. 현대적 기법에 ‘여백의 미’라는 동양적인 아름다움 또한 드러낸다.
LED 조명을 비춰 더욱 극적인 효과를 냈던 ‘이주민’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꽃들의 전쟁’ 연작 가운데 원작에는 조명을 넣지 않았다. 불을 넣지 않아도 이러한 입체감을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어서다.
이렇게 완성된 국화들은 각 나라의 국가들이 한 데 모여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시장 한켠에는 대한민국의 국화인 무궁화와 북한의 국화인 목란이 어우러져 있다. 평화통일에 대한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는 그림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꽃을 통해 그들의 슬픔과 애환을 나타낸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손 작가의 그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조화’의 느낌으로 그려진 꽃들이다. 이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이야기를 끄집어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너무 실화처럼 그리기보다는 가짜 꽃 같은 느낌으로 표현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삶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의 의미를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입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국화들의 만남, 아름다움의 실체에 대해 묻는 것은 곧 ‘현상 너머’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곳으로 가 닿기 위한 또다른 시도입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문화공원 김냇과 중견작가 지원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손 작가는 김냇과2를 작업 공간으로 제공받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명진 기자